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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상전들 @/강아지 한마리

[알로페시아] 집사 잘못 만나 대머리가 된 우리집 봉구의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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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지의 스토리입니다.

저희집에는 저희 부부가 모시는 상전이 세 분 계시는데요.

두 분은 고양이라 불리는 분들이시고, 한 분은 강아지이세요. 

 

고양이는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제가 키우던 두 마리의 고양님들이시라 열살도 넘으셔서 연로하세요.

강아지 한 분은... 이야기가 참 길어서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견생 1년만에 온 몸에 털이 안자라 게 되었답니다. 찾아보니 그것은 '알로페시아'. 클리퍼증후군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한마디로 클리퍼로 털을 짧게 밀어버리면 클리퍼가 닿은 부분에는 다시 털이 자라지 않는 병입니다. 병? 이라고 하긴 그렇고... 아무튼요. 그렇습니다.

 

설마설마 했지만 정말 털이 안나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봤지만 정말로 털은 자라지 않았는데, 너무너무 무섭고 미안하고... 어떻게 해야 털이 나는 것인가, 이거 나기는 나는 건가? 하고 검색을 엄청나게 해봤지만 이렇다 할 답을 찾을 순 없었어요. 좋다 하는 건 웬만하면 다 해주려 하면서 지금 이봉구 나이 4살이 되도록 열심히 해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풀코트의 멋진 모습은 아니랍니다... ㅜㅜ 하지만! 그래도 매년 조금씩 차도가 보이고 있어서, 그 과정을 한 번 적어보려고 해요!

 

일단은 봉구가 저희 집에 왔을 견생 2개월차부터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두둥탁

2개월 된 포메라니안, 이름은 이봉구. 너무나 봉구처럼 생겨서 이름을 봉구로 짓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전설의 이봉구.

견생 2개월 때부터 미간에 주름이 가득가득 괴팍하기로 유명했던 난봉꾼 이봉구.

 

굉장히 귀엽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 줄 알고 모셔왔더니, 파괴신이었던 건 비밀이었나 봅니다.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모량을 뽐냈던 아이었어요. 털에 파묻혀 눈코입이 선명히 보이지도 않던 봉구.

손으로 감싸안으면 뼈라도 부스러질까 너무나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도록 작았어요. 데리고 올 때부터 털뭉침이 살짝 있어서 목욕시킬 수 있는 시기부터는 털도 같이 빗겨주려고 해봤는데 제 마음대로 되질 않았어요 ㅜㅜ 

꽉 쥐면 부서질 것 같은 몸으로 정말 미친듯이 반항을 하는 통에 겉에 털만 간신히 간신히 빗겨줄 수밖에 없었고, 제대로 빡빡 속털까지는 거의 빗겨보지를 못했었어요.

 

3~6개월차 말로만 듣던 원숭이시기가 찾아왔어요 ㅎㅎ 진짜 원숭이같네

이런 털많은 강아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저는, 저렇게 뽀송뽀송 털을 빗겨놓으니 이게 다 된건 줄 알고 1년을 겉에 털만 빗겨왔었어요. 사진으로 보시기에 털뭉침이나 그런게 잘 없어보이죠? 그런데 알고보니 속털은 뭉쳐가던 중이었더라구요.

 

모량으로는 정말 어딜가도 돋보였던 봉구였어요. 세마리 중 가운데 아이가 봉구예요.

 

이 때가 1살이 되기 조금 전이었던 거 같아요. 원숭이시기 지나고 얼굴에 털이 어느정도 올라왔을 때예요.

모량이 정말 나무랄 데가 없죠?

 

배 쪽에 털을 봐도 어디 하나 빈 곳 없이 풍성풍성, 감당이 안되도록 풍성했던 봉구였어요.

 

콧물 질질 윙꾸

 

하지만 난봉꾼 이봉구의 털을 빗기기란 정말 난이도 헬 중에 헬이었고, 차라리 내가 못빗기겠으면 샵에라도 맡겼어야 했는데... 그랬는데!!!! 저는 이중모를 가진 포메라니안 아이들의 털빗기 중요성을 잘 몰랐었고... 평생 시츄나 푸들 정도만 보고 자랐던 저이기에 이정도면 됐다! 하고 1년을 그냥 집에서 제가 빗겨줬습니다. 근데 1년을 키우면서 항상 아니 왜이렇게 몸을 만지면 딴딴하지? 뭐가 뭉쳐있는 것처럼, 안에 뭐가 있는 것처럼 왜이렇게 딴딴할까? 라고 생각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봉구의 속털을 들여다봤어요. 속살이 안보이더라구요. 완전 뭉쳐있던 거죠.

 

집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어떻게든 빗겨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결국엔 제가 살던 지역에서 잘한다던 미용샵에 데리고 갑니다.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털 뭉친 것 좀 어떻게 해달라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

 

"이건 돈을 싸들고 오셔도 풀 수가 없습니다. 바리깡으로 밀어야돼요."

 

방법이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그러면 최대한 최대한 짧지 않게 그렇게 좀 해달라 라고 부탁하고 봉구를 맡기고 왔어요. 한두시간쯤 후에, 저는 봉구라는 이름을 가진 처음보는 강아지를 만나게 됐어요.

 

...주인 잘못 만나 빡빡이가 된 봉구...

저 때 정말로 봉구도 저도 힘들었어요 ㅜㅜ 봉구는 갑자기 온 몸에 털이 없어버리니 불안감이 올라가 계속 몸을 떨었고,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앉아있지를 못했어요. 정말 애가 어쩔 줄을 몰라하는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 미안해서요. 

사진이라 조금 뿌옇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닭백숙....? 그 말 외엔 뭐라 표현을 못하겠네요.

하지만 저는 저러다 말 줄 알았어요. 이제 곧 5살이 되는 이 때까지 봉구 털이 다 자라지 않을 거라는 걸 저 때는 몰랐습니다. 

 

봉구의 이야기는 너무나 긴,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일단 첫번째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구요. 하루아침에 털이 없어진 빡빡이 봉구에게 조금씩 털이 자라났던 과정,

그리고 그 털이 또 다시 빠져버렸던 계기, 그리고 정말 많이 좋아진 지금의 이야기까지

다시 정리해서 또 업로드 해볼께요~!

 

알로페시아를 겪고있는 아이를 키우고 계신 모든 분들!!! 포기하지 않으시면 언젠가는 좋아질 거예요.

같이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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